트럼패닉!!(TrumPanic)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기적같은 역전승을 했다.
어제 소개한 도박사들의 실시간 배당률에서 힐러리에 한참 못 미쳤고 선거 전날까지도 미국 주요 언론에서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예측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브렉시트 사태때처럼 트럼프를 선택한 유권자들 다수는 겉으로는 지지하는 행태를 철저히 감추고 속으로 삭이다가 투표 당일 실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면 유럽의 화합을 해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간주되어 그런 의사표시를 드러내지 않았을뿐이고...
트럼프 지지 역시 히스패닉이나 무슬림 등 유색인종에 대해 속으로는 증오하고 싫어하면서도 입 밖으로 표현하는 순간 인종차별 주의자가 되고 트럼프 따위의 수준 낮은 사람을 지지하는 교양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워 차마 드러내어 표현하지 못 했을 뿐 그들 다수의 속마음은 역시 그렇구나... 싶었다.
설마 설마 하다가 혹시 이러다가 트럼프가 진짜??? 하면서 오후로 넘어가며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소위 트럼패닉이라는 충격파는 우리 증시는 물론, 금값, 달러 등 각종 경제 지표를 흔들어 댔다.
사람들은 허탈해 했고 마치 9회말 투아웃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투수 마냥 넋이 나갔다.
그렇게 암울하게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순간은 트럼프의 당선 확정 이후 수락 연설과 함께 약간의 치유가 되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던 트럼프가 화합을 얘기했고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말에는 과연 선거기간 중의 트럼프가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언제 그랬냐는 듯 어제의 트럼패닉은 확실히 사라진 모양이다.
어제 떨어졌던 주가는 그대로 회복되었고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 대통령이 되면 후보시절의 막말하던 때와는 당연히 다르지.... 한다.
그런 후보시절의 모습을 보고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안된다고 평가했던 사람들이 이젠 후보시절의 모습은 별개라고 애써 자위하는 것이 안쓰럽다.
트럼패닉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어제의 폭락은 트럼패닉도 아니고 그냥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만으로 만들어낸 대공포였다.
그런 엄청난 파괴력의 트럼프가 약간의 착한(?) 연설 한 번 했다고 오늘 주식시장은 어제와 완전 반대.
본격적인 시작도 전에 지옥과 천당을 한 번씩 보여 준 것 그 자체가 앞으로 닥칠 트럼패닉의 아주 조그마한 단면일 것이라 생각한다.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의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수출 기업들은 타격이 클 것이고 그런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들이 우리나라와의 접점마다 우리에겐 뼈아픈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이 어찌되던 신경쓰지 않는다는 등의 그간의 발언들은 우리에게 엄포를 놓아 미국의 몸 값을 높이려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식의 태도이지 막돼먹은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이 아~주 잘 나가고 삼성 임원 출신이 장관 자리까지 앉을 때는 경제가 정치까지 잠식하려나 싶었는데-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의 순실 한 마디에 굴지의 기업들이 쩔쩔매었던 것을 보니 아직 우리 경제나 정치 수준은 다 같이 한심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미국은 우리처럼 여성대통령을 선택한 게 아니라 비즈니스맨을 선택했다.
앞으로야 말로 미국 비즈니스맨은 어떻게 거대 국가를 경영하는지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다.
그 과정에 주변국이나 미국 내의 소외계층들이 겪어야할 트럼패닉이야 말로 진짜 트럼패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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